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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재개봉기념 리뷰!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이유까지>

by producer92 2025. 9. 3.

 

🎬 이티(E.T.) 리뷰|그는 여전히 집에 가고 싶다

42년 전, 한 외계인이 “E.T. phone home.”이라고 말했다.
그 말 한마디가 이렇게 오래도록 기억될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어릴 적엔 이 영화를 TV로 본 적이 있었다.
흐릿한 화질, 낯선 생김새의 외계인, 그리고 막연한 슬픔.
그저 그런 오래된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재개봉을 통해 극장에서 다시 마주한 <E.T.>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가 잊고 지냈던 감정의 조각을 건네는 존재였다.

🎬 감독 소개: 스티븐 스필버그, 이야기의 마법사

<E.T.>의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다.
그는 1970~80년대를 대표하는 미국 영화계의 마스터로,
<죠스>(1975), <클로즈 인카운터>(1977), <레이더스>(1981) 같은 작품들로
장르영화의 대중성과 깊이를 동시에 확보한 인물이다.

<E.T.>는 스필버그가 자신의 어린 시절 외로움과 상실감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부모님의 이혼을 겪은 그는, 혼자 남겨진 아이가 상상 속 친구(외계인)와 교감하며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이야기를 구상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전반에 흐르는 정서에는 그 어떤 SF보다 더 인간적인 온기가 배어 있다.

🕰 시대적 배경: 1982년, 냉전과 외로움의 시대

이 영화가 개봉한 해는 1982년이다.
레이건 시대의 미국, 냉전은 절정이었고, 우주 경쟁은 점점 현실감을 잃어가던 시기.
기술은 발전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고립되고 있었다.

<E.T.>는 그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연결'과 '이해'에 대한 갈망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불신과 두려움이 팽배하던 그 시대에, 아이와 외계인의 우정이라는 환상은 모두에게 너무도 따뜻한 해답처럼 느껴졌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무능과 단절은 당시 미국 가정 내에서 벌어지던 다양한 사회문제를 상징한다.
이티는 말하지 않지만, 보여준다. 무너진 가족, 외로운 아이들,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
그 안에서 이티는 오히려 가장 '인간다운 감정'을 지닌 순수의 상징이 된다.

👦 아이의 시선, 외계인의 손

이티는 낯설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오히려 세상에 대해 호기심 많고, 사람을 쉽게 믿으며, 눈을 맞추고 손을 내민다.
그는 다름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진짜 외계인은 이티가 아니라 그를 두려워하는 인간들일지도 모른다.

엘리엇과 이티의 관계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감정이 전해지고, 신뢰가 쌓인다.
그 모든 과정을 아이의 시선으로 따라가다 보면, 우리 안에 숨겨진 오래된 감정들이 하나둘 고개를 든다.

🌕 믿음이 현실을 뛰어넘는 순간

달을 배경으로 자전거가 허공을 나는 장면, 그 순간 나는 마치 내 마음도 공중에 떴던 것처럼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건 단순한 시각적 연출이 아니라, "믿음이 불가능을 뛰어넘는 순간"이었다.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아이들의 신념은 현실의 벽을 뚫는다.
그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위안 같은 것이 마음속에 남는다.

🏠 이티는 집에 가고 싶어 했다. 나도 그랬다.

그리고 마지막, 이티가 조용히 말한다. “E.T. home.”
그 한마디가 너무도 아프고, 너무도 진심처럼 느껴졌다.
그건 단지 한 외계인의 말이 아니라, 우리가 삶 속에서 자주 흘려보냈던 “어딘가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지금도 우리는 종종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 집이 물리적인 공간이든, 마음의 고향이든, 혹은 잃어버린 시절이든.

<E.T.>는 그런 우리에게 조용히 손을 내민다.
“괜찮아, 넌 지금도 집으로 가는 중이야.”
그 말 한마디에, 42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관객이 눈시울을 붉히는 이유가 담겨 있다.

이티는 집에 가고 싶어했고, 나는 그를 통해 내 안의 잊고 있던 ‘집’을 떠올렸다.

🍿 왜 지금, 극장에서 이티를 봐야 할까?

이 영화는 분명 집에서도 볼 수 있다.
이미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플랫폼에선 수년 전부터 서비스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재개봉을 통해 극장에서 본 <E.T.>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어두운 공간, 압도적인 사운드, 그리고 커다란 스크린이 만들어내는 몰입감
이 영화를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감정으로 살아 있게 만든다.

특히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극장에서 들을 때 진짜 그 힘을 발휘한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깔릴 때의 두근거림,
자전거가 허공을 나는 장면에서의 오케스트라 폭발,
그 모든 감정이 관객의 심장을 두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영화가 함께 보는 영화라는 점이다.
나처럼 어릴 적 이 영화를 기억하는 어른들과,
처음 만나는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숨을 죽이고 보는 그 순간,
<E.T.>는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감정의 다리가 된다.

극장은 더 이상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감정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영화야말로 그 경험에 딱 맞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