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소울(Soul)> 리뷰
“삶은 거창한 목적보다, 지금 내 앞에서 반짝이는 작은 순간들로 완성된다.”

삶이 어딘가 비어 있다고 느껴질 때
픽사의 <소울>은 화려한 메시지를 뒤흔들며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다. 대신 아주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결로 우리의 마음에 다가온다. 마치 오래 잊고 있던 일기장의 한 페이지를 다시 펼친 듯한 느낌을 준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묻게 된다. ‘지금의 나는 괜찮은가?’, ‘내가 가는 길이 맞는가?’, ‘올해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런 질문들은 거창한 결심보다 더 깊은 자리를 건드린다.
<소울>은 바로 이 질문들 옆자리에 조용히 앉아, 우리가 뭔가 거대한 의미를 찾아 헤매는 사이 얼마나 많은 순간을 흘려보냈는지를 상기시킨다. 이 영화는 인생의 해답을 말해주려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놓쳤던 자리를 다시 보여주는 영화다.
조 가드너와 22번, 욕망과 공허 사이
주인공 조 가드너는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꿈 하나만 붙잡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이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도 없는 삶을 산다고 믿는다. 그래서 늘 초조하고, 늘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반면 22번은 어떤 목적도, 어떤 정체성도 갖지 않은 영혼이다. 그는 지구에서의 삶이 도무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며, ‘인생’이라는 경험을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두 존재는 서로 극단에 서 있지만 놀랍게도 우리의 내면에도 늘 이 두 목소리가 공존한다.
우리는 조처럼 열심히 달리면서도 “지금 이게 맞나?”라는 불안을 품고 살아가고, 때로는 22번처럼 모든 것이 희미하게 느껴져 아무것도 의미 없어 보일 때가 있다. <소울>은 이 상반된 두 감정을 충돌시키면서, 인물들뿐 아니라 관객 또한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어쩌면 새해에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인생의 불꽃(Spark)은 재능이 아니다
영화가 던지는 가장 인상적인 메시지는 단순해 보이지만 깊다.
“스파크는 목적이 아니야.”
이 문장은 우리가 평생 들어온 문장들에게 정면으로 반박한다. ‘잘해야 한다’, ‘특별해야 한다’, ‘남들과 다른 재능을 가져야 한다’는 시대의 주문. 우리는 이런 압박에 지쳐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살아간다.
하지만 영화는 다정하게 말한다. 스파크는 ‘무엇을 잘하는지’가 아니라 ‘살아 있고 싶다는 감각 자체’라고. 그것은 재능의 증명보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본질적인 감각이다.
그 감각은 특별한 날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하늘의 색이 이상하게 좋게 보이는 날, 누군가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길거리에서 스친 맛있는 냄새, 겨울 아침 창문에 맺힌 김, 그 모든 순간이 스파크가 된다. 즉, 삶은 거대한 목표가 아니라 작은 감각의 연속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조가 놓쳤던 것들, 우리가 놓친 것들
조는 평생 꿈꿔온 무대에서 연주를 마친 후 “이제 뭐죠?”라고 묻는다. 그의 질문은 자신의 성취가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늘 목표를 이루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목표는 이뤄지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고 나면, 지금 당장 내 삶을 채우고 있는 하루하루의 결이 훨씬 중요해진다.
영화는 “당신이 놓친 순간들이 사실은 인생의 중심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우리가 성취를 바라보고 달려가는 동안 흘러가버린 미세한 행복들, 지금 여기서 느낄 수 있었던 감정들, 그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인생을 완성하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감각
22번이 처음으로 살아 있는 몸으로 지구에 와 경험하는 것들은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눈부시다. 떨어지는 나뭇잎의 모양,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소리, 피자 한 조각의 따끈한 온도.
이 장면들은 무언가를 이루는 행위보다 ‘살아 있음’ 자체가 얼마나 충만한 경험인지 보여준다. 우리는 이 당연한 사실을 너무 자주 잊는다. 바쁘게 살아가며 계속 위만 바라보는 사이, 지금 내 앞에 있는 작고 따뜻한 것들을 놓쳐버린다.
영화는 조용히 말한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살고 있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 메시지는 새해라는 시간과 놀라울 만큼 잘 맞는다. 왜냐하면 새해는 ‘시작’의 시간인 동시에,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을 되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새해에 <소울>을 봐야 하는 이유
새해는 누구에게나 새로운 다짐과 계획을 요구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 다짐과 계획은 때로는 우리를 짓누르고, ‘더 나아져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나를 잃게 만들기도 한다.
바로 그때, <소울>은 우리가 놓친 질문을 다시 꺼내 놓는다.
“나는 왜 살아가고 있었지?”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지?”
이 영화가 새해에 특히 더 잘 맞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 쉽게 ‘목표’에만 집중하는 이 시기에 목표보다 중요한 “나의 감각”을 먼저 회복하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새해에 이 영화를 보면 마음의 중심축이 조용히 재정렬된다. 내가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보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싶은지’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한 톤 부드러워지고, 앞으로의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훨씬 따뜻해진다.
그래서 새해에 <소울>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한 편을 감상하는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한 해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 나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진정한 ‘시작의 의식’이 된다.
한 줄 추천
“새해, 큰 꿈보다 작은 온기를 먼저 되찾고 싶은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