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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팅힐> 리뷰 10번 본 이유

by producer92 2025. 8. 27.

〈노팅힐〉 리뷰 — 열 번을 봐도 안 질리는 이유 (스포 없음)

내가 진짜 좋아하는 영화. 솔직히 10번은 본 듯. 그 특유의 공기, 영국식 에티튜드, “들이대지 않는” 남자의 어색한 매력까지 전부 내 취향.

처음부터 다 느낌 있었다: 노팅힐의 공기

내가 〈노팅힐〉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분위기다. 런던 노팅힐 시장을 걷는 소리, 좁은 골목 사이사이 스치는 색감, 오래된 호텔의 차분한 결. 말수는 적은데 예의는 확실한 영국의 에티튜드. 이 조합이 낭만을 만든다. 화려하게 떠들지 않는데 묘하게 설레는 기류.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공기 영화”라고 느껴진다. 장면을 훑으면 그 날의 바람까지 따라온다.

안 들이대는 남자, 그래서 더 좋다

요즘 로맨스 남주들은 대체로 직진이다. 당당하고 확실하고 쿨하다. 〈노팅힐〉의 윌리엄(휴 그랜트)은 다르다. 약간의 찌질미, 서툰 미소, 말문이 막히는 순간들. 민망해서 고개를 푹 숙이기도 하고, 타이밍을 자꾸 놓친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더 끌린다. “진짜 사람 같다”는 매력. 들이대지 않지만 물러서지도 않는 태도. 은근하고 느린 온기.

내가 열 번을 본 이유: 안 질리는 포인트 5

  1. 배경 그 자체가 이야기 — 시장·서점·호텔·카페가 로맨스의 리듬을 만든다.
  2. 영국식 건조한 유머 — 과장 대신 미세한 농담. 크게 웃지 않아도 오래 미소 짓게 한다.
  3. 대사보다 여백 — 말하지 않는 사이, 눈빛과 몸짓이 더 많은 걸 말한다.
  4. 서툴러서 현실적 — 관계가 단숨에 달아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서 믿음이 생긴다.
  5. 다시 볼수록 다른 결 — 나이·상황에 따라 디테일이 새롭게 보인다. 같은 장면도 다른 느낌.

호텔 장면에서 느껴지는 ‘영국의 태도’

이 영화는 영국을 관광엽서처럼 소비하지 않는다. 서비스 톤, 간결한 말투, 적당히 선을 지키는 친절. 호텔레스토랑에서 오가는 짧은 대화들이 영국식 에티켓의 결을 드러낸다. 쿨하고 차가운 게 아니라 담백하고 정직한 태도. 그 공중의 거리감이 오히려 로맨스를 깔끔하게 떠받친다.

"에겐남의 시대"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이유

“에겐남”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지금, 〈노팅힐〉의 남자는 나서기보다는 끝없이 기다린다. 자주 망설이지만 금세 포기하지는 않는다. 요란한 제스처보다 일상의 작은 성실이 더 마음을 움직일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는다. 담백한 기다림은 언제나 유효하니까.

대사 하나, 표정 하나: 로맨스의 속도 조절

로맨스가 속도전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노팅힐〉은 느린 호흡을 선택한다. 누군가는 “답답하다”고 할지도. 나는 이 리듬 덕분에 인물의 체온이 더 정확히 전해진다고 본다. 어색함·침묵·비껴가는 타이밍. 그 틈에서 설렘이 자란다.

드라마 〈그 바보〉를 세 번 본 이유 (황정민×김아중)

내가 좋아하는 결은 영화 말고도 드라마에서 이어진다. 〈그 바보〉는 〈노팅힐〉을 닮았다.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이 만나서, 거창한 사건 없이 일상으로 가까워지는 로맨스. 황정민의 바보미와 김아중의 스타 오라가 부딪히면서도 결국 같은 쪽으로 흐르는 순간들. 그래서 세 번 봤다. (참고: 드라마 소개는 간단 느낌 공유만, 스포일러는 생략)

다시 볼 때마다 달라지는 나

예전엔 어설픈 고백이 웃겼다. 지금은 그 용기가 더 크게 보인다. 예전엔 런던 풍경이 낭만이었다. 지금은 서점의 조용함, 호텔 카운터의 예의, 시장의 소소한 인사 같은 생활의 매너가 더 좋다. 아마 또 몇 년 뒤에 보면 또 다른 문장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계속 본다.

한줄 평 · 들이대지 않는 사랑, 그래서 오래 가는 온기. 〈노팅힐〉은 공기와 태도로 완성된 로맨스다.

이런 분께 추천

  • 과장된 로맨스보다 잔잔한 온기영국식 유머가 좋은 분
  • 배경·공간·매너 같은 생활 디테일을 즐기는 분
  • “찌질미 있는 현실 남주”의 서툰 진심을 사랑하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