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요일 살인 클럽 리뷰|차와 케이크로 풀어내는 살인 미스터리

은퇴촌의 작은 모임에서 시작된 이야기
영국 시골의 한적한 은퇴촌 ‘쿠퍼스 체이스’. 이곳은 은퇴자들이 모여 정원 가꾸기, 요가, 독서 모임 등을 하며 평온하게 살아가는 공동체다. 그런데 그 평온함을 깨는 작은 모임이 있으니, 바로 ‘목요일 살인 클럽’이다. 네 명의 노년 탐정들이 매주 모여 미제 사건을 파헤치며 추리 토론을 벌이는 모임인데, 처음에는 그저 취미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날 실제 살인 사건이 은퇴촌에서 발생하고, 그들은 더 이상 관람자가 아니라 직접 수사에 뛰어드는 주인공이 된다.
추리보다 흥미로운 건 네 사람의 케미
이야기는 살인사건의 긴장감보다는 네 노인의 삶과 태도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헬렌 미렌, 피어스 브로스넌, 벤 킹슬리, 셀리아 임리 같은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 호흡은 진짜 사건 추리 못지않게 흥미롭다. 이들은 각자 다른 배경을 지닌 인물로, 전직 간호사, 심리학자, 활동가 등 과거의 이력이 현재의 사건을 풀어가는 데 연결된다. 흔히 노년을 다룬 영화들이 ‘쇠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나이 듦이야말로 지혜와 유머의 원천임을 보여준다.
관객과 평단의 엇갈린 시선
관객 반응은 엇갈린다. 긍정적인 쪽은 “영국식 코지 미스터리의 매력을 제대로 담았다”는 평을 한다. <나이브스 아웃>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가볍고 즐겁게 볼 수 있는 대안으로 추천된다. 실제로 넷플릭스 공개 직후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흥행 면에서도 성공했다. 또 “영국 배우들의 앙상블이 차와 케이크만 놓고 앉아 있어도 즐겁다”는 반응도 많다.
부정적인 쪽은 “사건 자체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내용이 너무 가볍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이패드로 요리하면서 틀어둘 영화”라는 혹평도 있을 만큼, 깊이 있는 추리극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밋밋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추구하는 것은 날카로운 스릴러가 아니라 은퇴 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따뜻한 위로에 가깝다.
크리스 콜럼버스의 익숙한 손길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의 연출 스타일은 여기서도 뚜렷하다. 그는 이미 <나 홀로 집에>, <미세스 다우트파이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통해 가족과 공동체 이야기의 대가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유머와 따뜻함을 기본 톤으로 삼는다. 이번에도 살인을 다루지만 잔혹함보다는 공동체의 유대감과 나이 든 캐릭터들의 생기 넘치는 에너지에 집중했다. 콜럼버스가 오랫동안 보여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유심히 보면 더 재미있는 디테일
영화는 실제 영국 소설 원작의 무대를 충실히 살리기 위해 Englefield House라는 실제 영국 대저택에서 촬영되었다. 이곳은 <더 크라운>, <킹스 스피치> 등에서도 배경으로 쓰였던 장소라, 익숙한 풍경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또 노년 탐정들이 단순히 사건을 푸는 게 아니라, 은퇴촌 사람들의 관계망과 숨겨진 사연들을 밝혀내는 과정이 일종의 사회극처럼 느껴진다. 작은 공동체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 치매를 겪는 부부의 애틋함, 은퇴 후에도 여전히 권력을 놓지 못하는 인간들의 욕망 등이 은근히 비쳐진다.
결국 이 영화가 남기는 것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사실 ‘추리’ 자체가 아니다. 관객은 누구보다도 오래 살아온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그리고 사건을 풀면서도 농담과 위트를 잃지 않는 태도에서 위로를 받는다. 결국 <목요일 살인 클럽>은 “나이가 들어도 삶은 여전히 유머와 호기심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다만 비판적으로 본다면, 이 영화는 범죄의 사회적 맥락이나 살인의 무게감을 깊게 탐구하지 않는다. 범죄는 오히려 무대를 위한 장치일 뿐이고, 중심에는 늘 노년의 우정과 대화가 있다. 그래서 스릴러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부족하지만, 편안한 미스터리를 찾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딱 맞는 선택이 된다.
속편은 이미 준비된 듯한 기분
<목요일 살인 클럽>의 속편 가능성은 이미 높게 점쳐지고 있다. 원작 소설은 4권까지 이어지고 전 세계에서 1,5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이다. 헬렌 미렌과 피어스 브로스넌 역시 “언제든 속편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만큼, 노년 탐정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