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비딸〉
솔직 리뷰 – 그냥 좀비물이 아니네
처음 제목 보고 피식 웃었음. “좀비딸? 이거 그냥 B급 코미디인가?” 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단순한 웃음이 아니었음. 뭐랄까, 좀비라는 장르 안에서 가족 얘기를 꺼내놓으니까 더 이상하게 다가오더라.
줄거리는 크게 어렵지 않음.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좀비 바이러스가 터지고, 한 아빠가 자기 딸이 좀비가 되어버린 상황을 맞이하는 거지. 보통 이런 영화면 총 들고 맞서 싸우거나, 눈물의 결별을 하거나 그럴 텐데, 여기선 정반대임. 아빠는 딸을 끝까지 끌어안음. “좀비든 뭐든 넌 내 딸이야.” 바로 이 태도가 영화의 중심이고, 이게 웃기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묘하게 따뜻하기도 하다.
배우 얘기 안 할 수가 없음. 특히 아빠 역을 맡은 조정석. 원래도 코믹 연기 장인인데, 여기서는 웃음과 눈물을 오가며 캐릭터를 완전히 살려냄. 능청스럽게 웃기다가도, 어느 순간 무너지는 표정을 보여주는데 그게 진짜 사람 냄새 남. 관객들이 빵 터졌다가 갑자기 조용해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음.
연출 톤도 흥미로웠음. 단순 공포 영화처럼 피나 괴물로 밀어붙이지 않고, 일상 속 상황을 코믹하게 보여줌. 밥 먹는 장면, 대화하다 튀어나오는 소소한 농담들. 근데 그 와중에 딸이 좀비라는 사실이 계속 그림자처럼 깔려 있어서 긴장이 완전히 풀리진 않음. 이 양면성이 영화 내내 이어짐. 웃기다가도 “아 맞다, 얘 좀비지…” 하면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이 계속 반복됨.
나는 이 영화 보면서 가족 생각이 많이 났음. 만약 우리 집 누군가가 저런 상황이 되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겉으론 “나는 현실적으로 잘 대처할 거야”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정작 닥치면 절대 쉽게 못 놓을 것 같음. 피보다 진한 무언가가 가족이잖아. 그 부분에서 영화가 단순 오락물이 아니라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느꼈음.
사운드와 분위기도 은근히 중요함. 거창한 효과음보단 생활 소리 위주로 채워져 있어서 오히려 더 리얼하게 다가옴. 숨소리, 발소리, 의자 삐걱거리는 소리. 이런 소리가 극장 안을 가득 채우니까 긴장감이 계속 살아있었음. 그러다 갑자기 툭 던지는 대사 하나로 긴장이 확 풀리기도 하고. 이게 진짜 웃겼다가, 또 묘하게 서늘해지는 포인트였음.
후반부에 갈수록 코믹보다는 감정 쪽이 훨씬 크게 와닿음. 좀비 영화인데 눈물이 난다? 이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아빠와 딸의 관계가 너무 진하게 그려져서 어쩔 수가 없음. 누군가 옆에서 훌쩍이는 소리 들리면 나도 모르게 눈가가 젖더라.
〈좀비딸〉은 결국 장르의 탈을 쓴 가족 영화임. 피와 바이러스, 공포와 웃음을 오가지만, 끝까지 남는 건 “넌 내 딸이야”라는 말 한마디. 단순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라서, 극장에서 나오면서도 계속 마음이 울렁거렸음.
💡 한줄 정리
〈좀비딸〉은 웃기다가도 뭉클하게, 무섭다가도 따뜻하게. 결국 좀비가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다.